예수님의 제자는 교회 안에서 제자 훈련 과정을 밟고 있는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미 훈련을 다 받은 자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남달리 헌신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붙이는 이름도 아닙니다. 영적으로 성숙한 단계에 접어든 자들을 지칭하는 이름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소명에 의해 성직자나 선교사가 된 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별칭도 아닙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제자는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이 대답에 대해 마이클 윌킨스의 견해를 빌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제자도」라는 명저를 통해 우리가 ‘제자’, ‘제자도’에 관해 오해하기 쉬운 점들을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요구하신 제자도의 길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적용되는 교훈이다. 자신이 성숙한 신자냐 아니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헌신한 자는 지불해야 하고 아직 헌신하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모든 신자에게 똑같은 대가를 요구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일단 예수를 믿고 무리 가운데서 앞으로 나온 사람이면 예수의 제자가 되는 길을 걸어야 한다.”
사도행전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유대인, 사마리아인을 망라하여, 심지어 이방인들까지, 그리고 교회에서 리더십을 행사하는 지도자든 그렇지 아니한 평범한 교인의 한사람이든 간에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한 모든 사람이 다 제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하신 예수님의 대사명과도 일치합니다.
그러므로 제자의 길은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요 또 걸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무슨 프로그램이나 헌신도나 성숙도에 의해 취사선택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예수님의 제자로써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믿는 자가 다 제자임에 틀림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제자의 삶에 있어서 정도의 차이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사명을 보면 제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가서 전도를 해야 하고, 세례를 주어 교회의 일원이 되게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말씀으로 가르쳐 지키게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갓 믿고 돌아온 회심자도 제자요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정식으로 하고 있는 자도 제자요 열심히 배우면서 성숙하기를 힘쓰는 자도 제자인 것입니다. 즉 성도는 누구나 예수님의 제자입니다.